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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량용 블랙박스의 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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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용 블랙박스의 효용(윤여준 변호사. 부산법조 2011)

     

    판사님,제가 신호를 위반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상대방이 커브길을 과속으로 달리면서 신호를 위반한 것입니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형사재판 법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상대방이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는 사건을 종종 볼 수 있다.

     

    필자가 맡았던 이 건도 피고인은 새벽에 좌회전신호에 따라 운전을 하는데, 상대방이 과속을 하면서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그런데 사고 당시 상대방 차량에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큰 사고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영상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위 블랙박스 영상자료만 있었다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명명백백하게 가려질 수 있는 사건인데 많이 아쉬웠다.

    아니, 그 영상자료가 있었다면 아마 이 사건이 법원까지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여러 가지 정황상 피고인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피해자의 분명한 진술이 있었기 때문에 재판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였다.

     

    교통사고의 경우 통상 처음에 누가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는지 여부가 결정적으로 작용하여서 나중에는 거의 그 지위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차량용 블랙박스의 동영상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지위를 분명하게 가릴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란 무엇인가!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그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비행기 안에 있는 블랙박스를 찾아 판독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차량용 블랙박스 역시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전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차량에 장착된 렌즈를 통해 동영상을 저장하는 장치를 말한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2008년경에 이슈가 되기 시작했으며 현재에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상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예컨대 전방영상만 녹화하는 방식과 전후좌우 모두 녹화하는 방식, 주행 중에만 녹화하는 방식과 주차 중에도 녹화하는 방식, 영상저장매체가 본체와 일체형인 것과 분리형인 것, 영상기록만 되는 것과 GPS안내와 네비게이션 기능도 겸하는 것 등 여러 가지 편의성까지 겸비한 블랙박스까지도 출시되고 있고 가격대도 천차만별 인 듯하다.

     

    이러한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서는 보험회사에서 그리 크지는 않지만 보험료 할인혜택도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2011년부터 신규로 등록하는 사업용차량에는 의무적으로 디지털 운행기록계(속도, 브레이크 가속페달 사용, 위치정보, 운전시간 등 운전자의 운행특성을 기록)를 장착해야 하며, 기존의 사업용차량에는 20131231일까지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장착하여야 한다.

     

    또한 미국의 경우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였다고 한다.

    사실 필자도 이 사건을 계기로 억울하게 가해자의 입장에 처하지 않기 위해 차량용 블랙박스를 구입하여 차량에 장착하였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장착한 이후에 어떠한 매체에 의해 본인의 운전모습이 기록된다는 생각때문인지 스스로의 운전습관도 되돌아보고 교통규칙을 더욱 준수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사고엔 먹통, 불량 차량용 블랙박스라는 제목으로 차량용 블랙박스의 불량 실태를 소개했다.

    당시 방송에서 소개된 내용으로는 첫째 차량용 블랙박스의 화질이 좋지 않아 상대방 차량의 번호판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였다는 점이다.

     

    뺑소니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차량용 블랙박스가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인데 번호판 식별이 불가능하다면 블랙박스의 존재가 무의미해 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둘째는 녹화가 되기는 하는데 중간에 2초 내지 3초가량 녹화가 끊긴다는 것이다. 녹화가 끊어지는 그 사이에 사고가 났을 경우 역시 블랙박스의 존재가 무의미해진다.

     

    셋째는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차량용 블랙박스가 작동을 하지 않아 녹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량용 블랙박스의 장착으로 각종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증거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여겼던 운전자의 입장으로서는 억울하고도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수 없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차량용 블랙박스가 아직까지 개선되어져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싼 가격의 저질 블랙박스로 모양만 흉내낸 것이 아니라 고품질, 고화질의 블랙박스를 생산하고 판매함으로써 위와 같은 문제들만 극복한다면 블랙박스가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증거가 될 뿐 아니라 교통질서 확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닌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인 자동차에 꼭 장착되어야 할 또 하나의 이기(利器)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차량이 출시되는 단계에서부터 필수적으로나 옵션으로 고품질의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판매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앞으로 차량용 블랙박스가 상용화되어 불필요한 사법비용이 절감되고 교통질서도 확립되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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